DaehanSteel (2011)
Project owner: Daehan Steel
idaehan.com

DaehanSteel Make the Invisible Visible 

2015.05.15 | JOH & Company

국내 3대 제강사인 대한제강이 제이오에이치와의 크리에이티브 파트너십을 통해 기업 브랜드와 솔루션 브랜드를 새롭게 개편하고, 제강업의 본질과 비전, 대한제강의 과거와 현재를 기록한 책 ‘프레임북 Frame Book’을 발간했다. 제이오에이치는 2013년 11월부터 8개월 동안 대한제강의 브랜드 현황과 체계를 점검하고 기업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재정립했으며, 솔루션 브랜드 ‘프레임웍스 Frameworks’의 론칭과 새로운 포맷의 브랜드북 ‘프레임북’의 편찬 및 출판 프로젝트를 총괄했다.


보이지 않는 것으로부터 발견한 가치

대한제강은 1954년 부산의 작은 철물점으로 시작해 지금은 국내 3대 제강사로 성장한 기업이다. 생산성과 효율이 탁월한 코일철근을 국내 최초로 상용생산해 국내 뿐 아니라 호주, 싱가포르 등지에 수출하고 있으며, 철근을 가공하는 공정을 직영화해 아시아 최대 규모의 철근 가공/납품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기업의 60년사를 정리하고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을 준비하는 시점을 맞아 대한제강은 제이오에이치에 ‘기간과 범위를 한정하지 않는 브랜드 진단과 처방’을 주문했다. 오치훈 대표가 직접 프로젝트를 챙기면서 기업 브랜드와 솔루션 브랜드에 대한 점검과 새로운 아이덴티티 시스템의 정립을 제이오에이치에 일임한 것이다.

전통적인 ‘제강업’은 스크랩(고철)을 녹여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산업이다. 전기로에서 고철을 녹여 불순물을 제거하고, 쇳물의 화학 성분 조정을 거쳐 일정한 형상을 가진 반제품 ‘빌릿’을 만든다. 빌릿은 다시 압연 공정을 거쳐 고객사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형태의 철근이 된다.
철근은 현대 건축에 없어서는 안될 재료지만, 건물이 지어지고 나면 눈에 보이지 않기에 일반 소비자들이 그 가치를 실감하기란 쉽지 않다.

대한제강은 2010년 ‘스틸 솔루션 Steel Solution의 A to Z’라는 뜻을 담은 ‘스타즈 Staz’라는 브랜드를 런칭해 철근을 납품하기 전부터 납품 이후까지 고객의 필요를 분석하고, 각 현장별로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스타즈 솔루션은 건설 불경기에도 현장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 대한제강이 업계 3위까지 도약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그러나 고객들이 스타즈를 단순한 ‘철근 가공 서비스’ 정도로 인지하거나, ‘대한제강’이라는 기업 브랜드와 연관시키지 못하는 등의 문제점도 나타났다. 스타즈 솔루션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과정에서 기업 브랜드의 자산을 활용하기보다 새로운 ‘스타즈’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다.


과거 건설 현장에서는 철근을 쌓아 두고 필요할 때마다 가공 업체를 불러 구부리거나 잘라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철근에 녹이 슬거나 도난 당하는 일도 잦고, 가공할 때마다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 필요한 철근의 양을 잘못 예측해 부족하거나 남는 상황이 생기기도 했다.
대한제강은 철근 가공 공정을 생산 라인에 통합해 고객사가 현장에서 가공해 사용하던 철근의 형태 그대로 공장에서 생산해 적기에 배송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공급가를 낮추고 납기를 지키기 위해 경쟁하던 기존 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철근을 구매하고 사용하는 고객의 필요에 주목해 혁신을 이뤄냈다.

일하는 방식이 곧 기업의 브랜드

제이오에이치는 먼저 60년 동안 전문성과 신뢰를 쌓아 온 ‘대한제강’이라는 기업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확고히 하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본사와 국내외 지사의 임직원, 협업사와 고객사 담당자까지 광범위한 인터뷰와 워크샵을 통해 ‘대한제강’이라는 기업의 철학과 일하는 방식을 분명히 드러내고, 지향하는 가치를 더해 ‘프로세스의 전문가 Optimizer, 고객의 조력자 Advisor, 제품의 크리에이터 Creator, 시장의 탐험가 Explorer’라는 네 가지 핵심 가치로 정의했다. 또 제강업의 본질과 지속적인 혁신의 의지를 담아 ‘Make the Invisible Visible 보이지 않는 것으로부터 가치를 만들어 내다’라는 스토리로 만들고 기업 브랜드의 슬로건으로 채택했다.

명칭과 의미 전달상의 문제점이 지적된 스타즈 솔루션은 ’예측 Forecast, 최적화 Optimize, 관리 Manage’의 세 가지 축으로 그 가치를 새롭게 정의해 프로세스를 재편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전문적이고 통합적인 컨설팅을 제공하는 솔루션으로의 도약을 위해 ‘프레임웍스 Frameworks’라는 새 이름과 비주얼 아이덴티티를 갖게 되었다.


대한제강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고유의 서체인 ‘프레임체’를 만들고 이를 활용해 기업 브랜드와 솔루션 브랜드의 로고를 디자인했다.

대한제강은 그동안 제강회사로는 드물게 내부 전담팀을 구성해 적극적인 브랜딩 활동을 펼쳐 왔다. 제이오에이치는 대한제강의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디자인함에 있어 제이오에이치와의 파트너십이 끝난 이후, 또 브랜드와 제품 라인업이 확장되는 시점에도 추가적인 투자를 최소화하고 내부 팀이 효율적으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유지해갈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그래픽 모티프와 디자인 원칙 또한 ‘다양한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확장성’과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 브랜드 관리’라는 두가지 기준에 부합하도록 개발되었다. 한정된 자원으로 국내외 모든 현장과 다양한 제품을 위한 디자인을 매번 새롭게 개발하기 보다, 모듈화된 서체와 디자인 시스템을 활용해 일관된 브랜드의 메세지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프레임북’은 대한제강 60주년을 기념해 출간한 책으로, 새롭게 정의한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임직원들의 살아 있는 목소리로 구성했다. 제강업의 본질과 솔루션 브랜드를 통한 혁신, 60년 기업 역사와 미래상을 ‘순환’과 ‘본질’, ‘필요’와 ‘변화’, ‘뿌리’ 총 다섯 챕터로 구성해 대한제강 임직원 뿐 아리나 일반인까지도 자연스럽게 기업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도록 했다. ‘프레임북’은 단순히 기록물이나 홍보물로서의 의미 뿐 아니라, 기업의 철학과 비전을 확인하고 임직원, 내외부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나누고 공감하는 ’인터널브랜딩’의 매개체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프로젝트를 담당한 대한제강팀(이하 D)과 제이오에이치팀(이하 J)을 인터뷰했다.



제강회사가 브랜딩에 투자하는 경우가 흔치는 않을 것 같습니다.

J) 대한제강은 60년동안 시장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는데 그치지 않고, 작지만 남들과 다른 ‘차별화’의 혁신을 이뤄낸 회사입니다. 그 과정에서 사업의 규모와 영역 확장보다는 먼저 고객의 실제 필요와 인식에 더욱 집중하는 방식을 택했어요. 자연히 남들과 다르게 인지될 수 있는 대한제강만의 ‘브랜드’에 관심을 갖게 된거죠. 오너의 안목과 의지도 중요합니다. 해외 제강업체의 경우 디자인회사라 해도 손색 없을 정도로 훌륭한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제품/솔루션 디자인 경쟁력을 보유한 회사들이 있습니다. 그동안 대한제강은 그러한 사례들을 본보기 삼아 뛰어난 크리에이티브 파트너들과 함께 일해 왔습니다.

과거 진행했던 프로젝트와 차이가 있었나요?

D) 요청에 따라서 정해진 일을 수행하는 것이 아닌, 우리 브랜드를 함께 고민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파트너십이라는 부분에서 큰 차이를 느꼈습니다. 프로젝트 워크샵을 할 때 마다 제이오에이치 멤버들은 ’이 결과물들은 제이오에이치가 새롭게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대한제강이 본래 가지고 있던 것들을 잘 정리하고 풀어낸 것이다’라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실무자로서 그 말에 더욱 책임감을 느꼈고, 함께 브랜드를 만들어 나간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프레임북은 일반적인 기업 사사와는 사뭇 다른 구성인데요.

J) 대한제강은 이전에도 딱딱하고 근엄한 ‘사사’의 형태를 벗어나기 위해 두껍고 고급스러운 양장 제본 대신 스프링으로 제본하는 등 젊고 친근한 분위기의 책을 만들기 위해 시도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기업이 주체가 되어 스스로 좋은 이야기를 한다는 근본적인 한계를 뛰어넘지는 못했기에, 내부에서만 잠시 읽히다가 잊혀지는 책이 된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제이오에이치가 편집자가 되어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고, 대한제강과 제강업을 처음 접하는 이들도 흥미롭게 읽어 볼 만한 책으로 만들자는 방향을 정했습니다.

D) 프레임북 내용 중 대한제강의 철근을 사용해 지어진 건물들을 촬영해 소개하는 챕터를 위해 강원도 횡성군의 한 초등학교를 찾았습니다. 1946년에 개교한 학교로, 2009년 학교 건물을 리모델링 하는데에 24톤의 철근을 사용했어요. 화려한 오피스 빌딩이나 큰 토목공사에 비하면 사용된 철근의 양은 아주 작았지만, ‘우리 삶 곳곳에 우리가 만든 철근이 있고, 그 안에 사람이 살아가고 있다’라는 이야기를 한장의 사진으로 전할 수 있었습니다. 책을 만들면서 새삼 아카이빙의 중요성을 느꼈습니다. 이번 ’프레임북’을 시작으로 대한제강의 오늘과 우리가 이룬 것들을 항상 기록으로 남기고 많은 사람들과 공유해 갈 계획입니다.

제이오에이치에게도 ‘제강업’은 생소한 분야였을 것 같은데요.

J) 그동안 건설, 화학 등 B2B 중심의 기업 아이덴티티와 제품 브랜딩을 경험했지만 제강은 확실히 다른 영역이었습니다. 대한제강팀과 처음 만나 프로젝트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에서 ‘대한제강이라는 브랜드를 주제로 ‘매거진B Magazine B’를 만든다고 생각해보자’고 이야기했어요. 낯선 한 브랜드와의 ‘관계맺기’ 과정을 담아낸다는 측면에서 매거진B의 접근 방식이 좋은 본보기가 될거라고 생각했고, 실제 그 결과물이 ’프레임북’이라는 책으로 세상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매거진을 만드는 방식으로 접근했다니 흥미롭네요.

J) 실제 매거진B를 만들 때와 같이 대한제강 사람들의 이야기와 제강업의 본질, 혁신의 원동력, 기업의 역사와 앞으로의 모습 등 다양한 각도에서 객관적인 시선으로 취재하고 기록해갔습니다. 부산 본사와 서울 사무소를 중심으로 전국 각지의 공장과 현장, 싱가포르와 베트남 지사, 협력사와 고객사 담당자까지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눴어요. 프로젝트 초반을 폭넓은 취재에 할애한 덕분에 기업 브랜드와 솔루션 브랜드의 재정립 작업 또한 더 단단해질 수 있었습니다.

D) 인터뷰를 진행해 보니 참여하는 사람들 모두가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의논하면서 더 많은 코멘트를 주고 싶어 했습니다. 형식적으로 인터뷰에 응한다는 느낌을 받은 경우가 단 한번도 없었어요. 전국 각지에 사무실이 흩어져 있다 보니 자주 보지 못한 직원도 있었는데, 회사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프로젝트 이후 대한제강의 변화와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D) 가장 큰 변화는 대내외로 공유할 수 있는 하나의 스토리를 가지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프레임북을 통해 제강업에 대한 정의부터 회사가 지향하는 방향까지 정리했기 때문에 ‘우리는 이런 회사다’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근거가 생겼습니다. 또한 디자인 부분에 있어서도 기업브랜드와 솔루션브랜드가 각각의 가이드를 가지고 있어서, 디자인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 수월해졌습니다.

저희 홍보팀은 당장 할일이 많아졌습니다. 기존 컨텐츠들을 새 아이덴티티에 맞추어 변경하는 작업과 동시에, 내부 직원들에게 새 디자인이 자연스레 녹아들 수 있도록 다양한 인터널 브랜딩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새롭게 제작된 ‘프레임체’는 이미 사내외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9월에 입주한 부산지사 오피스 사인물 제작을 시작으로 국내 공장의 사인물들이 전반적으로 교체되었고, 앞으로 만들어질 오피스들에도 반영될 예정입니다.이번에 만들어진 새로운 서체와 그래픽 모티브가 확장성을 지니고 있어 앞으로도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구현해 나가는데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PROJECT OWNER
대한제강
CREATIVE DIRECTION
제이오에이치
BRANDING
Project Management – 제이오에이치, 대한제강 홍보팀
Brand Platform Development – 제이오에이치
Visual & Verbal Identity Design – 제이오에이치
Application Design – 제이오에이치, 대한제강 홍보팀
Typeface Design – 제이오에이치
Pictogram Design – 함영훈
Website Design & Development – 디파이
Space Planning & Design – OJ 디자인
BRAND BOOK PUBLICATION
진행 – 대한제강 홍보팀, 제이오에이치
기획, 편집, 크리에이티브 디렉션 – 제이오에이치
편집디자인 – 프레임빌더스
사진 – 박성훈, 김윤, 제이오에이치
일러스트레이션 – 박병민, 최욱환
교정/교열 – 신선경, 노혜리
자료 제공 – 부경 근대사료연구소
인쇄 – 으뜸프로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