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호식(2012)
JOH & Comp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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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호식 매일 먹는 좋은 식사

2017.08.07 | JOH & Company

일호식은 제이오에이치에서 오픈한 첫 번째 식당이다.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건강한 가정식을 파는 식당으로, 2012년 7월 논현동에서 시작해 현재 한남동에서 영업 중이다.

제이오에이치가 처음으로 선보인 식당이 일호식인데요. 요식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왜 일할까?’라는 질문을 받으면 많은 사람이 ‘생활비 벌어야지’ 혹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 같은 먹고사는 이야기로 답을 합니다. 그렇다면, ‘먹고사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면, 그때 정말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라고 물으면 어떨까요? 보통은 좀 더 우리의 일상에 근접한 답이 나옵니다. 카페를 차리거나,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내가 좋아하는 물건을 만들거나 읽고 싶은 책 혹은 잡지를 만들길 바라죠.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마주치고 경험하는 부분을 바꾸기를 바라는 겁니다.
제이오에이치에서 주목하는 고객군은 경험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었습니다. 무작정 유행을 따르지 않고, 자신의 취향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이에 맞는 장소나 제품을 찾고, 주변 사람에게 설명하는 고객이죠. 밥을 한 끼 먹기 위해 좋은 식당을 찾아가고, 멋스러운 경험을 추구하는 사람입니다. 소득 수준이나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 자신만의 소비 기준을 가진 사람들, 이런 고객이 찾는 식당을 만들고 싶었고, 그 출발점을 일호식으로 삼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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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제이오에이치 사무실이 있는 건물 1층에 위치한
일호식 한남점은 한 끼 식사를 위해 좋은 식당을 찾아가고,
멋스러운 경험을 추구하는 사람을 위한 공간이다.

일호식은 ‘집밥’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한 것 같습니다. 이런 형태의 식당을 열게 된 까닭이 있을까요?

제이오에이치의 첫 번째 사무실은 논현동에 있었는데, 근방에 식사할 만한 장소가 많지 않았습니다. 밥 한 끼를 위해 먼 곳까지 가거나 배달 음식을 주문했고, 인스턴트나 분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우선 직원이 매일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식당부터 만들기로 했습니다. 준비 과정에서 직원에게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모든 음식을 한 상에서 먹는 백반집 스타일이 아니라 ‘깔끔하게 준비된 나만을 위한 한 상’을 바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생선구이, 덮밥, 된장찌개처럼 매일 먹어도 부담 없는 메뉴를 바랐죠. 맛있는 밥과 김치, 갓 구운 김, 계란후라이 같은 일상적인 메뉴도 많았습니다. 이런 의견을 모아, 일호식의 컨셉과 메뉴를 잡게 되었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매일 먹는 밥입니다. 집에서 식사할 때 건강에 좋은 현미밥을 먹는 경우가 많은데, 막상 밖에서 먹기는 쉽지 않습니다. 까끌한 식감을 싫어하는 고객이 있는, 호불호가 강한 메뉴인 까닭일 겁니다. ‘우리처럼 현미밥을 좋아하는’ 명확한 타깃 고객이 존재할 것이라 생각했고, 실제로 운영하면서 많은 분이 공감하고 좋아해주심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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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호식은 현미와 현미 찹쌀을 6 대 4 비율로 섞어,
12시간 이상 불려서 밥을 짓는다. 현미의 영양과
건강함은 살리되, 특유의 까끌까끌한 식감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다.

일호식 메뉴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고 늘 먹을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우리는 직전 끼니에 무엇을 먹었는지 떠올리고 겹치지 않는 음식을 고릅니다. 점심에 삼겹살을 먹었던 사람은 저녁에 돈가스를 먹지 않고, 닭볶음탕을 먹은 사람은 치킨을 고르지 않죠. 점심으로 비빔국수를 먹고 저녁에 또 칼국수를 찾는 사람도 많지는 않을 겁니다. 조리법도 마찬가지입니다. 점심에 규동을 먹었다면 저녁에는 덮밥이 아닌 다른 메뉴를 찾겠죠. 일호식은 소, 닭, 돼지, 해물이 재료인 음식을 다양하게 선보이며, 덮밥, 튀김, 찜, 구이와 탕 등 메뉴의 조리법도 겹치지 않도록 안배합니다.
논현점에서는 소고기 덮밥, 닭조림 정식, 돼지고기 김치찜 정식, 삼치구이 정식 등을 내놓았습니다. 5년이 지난 현재는 소고기 덮밥, 해물 버섯 된장찌개, 일본식 통삼겹살 덮밥, 유린기 정식 등을 선보이죠. 일 년에 2~3회씩 메뉴를 개편하고 있지만, 늘 주재료와 조리법을 고루 안배합니다. 앞으로 새로운 메뉴를 선보인다고 해도 마찬가지일 것이고요.
매일 먹으려면 너무 짜거나 자극적인 맛은 피해야 합니다. 쉽게 질리기도 하거니와, 건강에도 좋지 않으니까요. 간이 약한 만큼 원재료의 맛이 살아나기 때문에, 무농약 현미, 무항생제 유정란, 천일염 등 엄선한 재료를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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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호식의 시그니처 메뉴 명란 계란말이.
건강한 닭이 낳은 방사 유정란 4알에
가다랑어포 맛국물로 간을 맞추고, 저염 발효 숙성
과정을 거친 명란젓 30그램을 넣어 만든다.
직접 만든 새콤한 매실 페이스트 20그램을 곁들인다.

일호식 논현점은 작고 소박한 공간이었는데요. 오픈 당시 신경 썼던 부분이 궁금합니다.

제이오에이치 논현동 사무실에서 10분 거리 안에 있으면서 가장 가겟세가 저렴한 장소를 찾았습니다. 인적이 비교적 적은 골목 안쪽 치킨집 자리였습니다. 보통 대로변이나 지하철역 근처처럼 유동인구가 많거나 접근이 쉬운 곳을 고르지만, 좋은 음식과 뚜렷한 컨셉이 있다면 고객이 자연스럽게 찾아올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맛집 중에 허름하거나 시간의 흔적이 드러나는 장소가 많습니다. 그만큼 음식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겠죠. 식사를 하는 고객 역시 공간보다 자연스럽게 음식에 집중하게 됩니다. 일호식 또한 그런 장소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가게 주인이 애정을 가지고 만든 공간처럼 단정하지만 음식을 압도하지 않는 공간이 되길 바랐죠.
메뉴판도 있는 그대로 드러냅니다. 실제로 판매하는 음식을 그대로 찍은 사진과 정확한 재료를 공개합니다. 무슨 고기의 어느 부위를 몇 그램 사용했고, 얼마나 숙성시켰으며, 어떤 재료를 사용했는지 레시피처럼 적습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더 수월하게 음식의 맛을 상상할 수 있고, 만족스럽게 식사하기에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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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호식의 메뉴판은 판매하는 모든 음식의 사진과
정확한 재료를 공개하여 고객이 음식의 맛을
더 수월하게 상상할 수 있도록 하였다.

논현점 오픈 당시의 에피소드를 들려주신다면요.

작은 식당이지만 공간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물론, 그릇을 고르는 사람, 로고를 만드는 사람, 메뉴판을 만드는 사람, 가구를 사고 둘 위치를 정하는 사람, 메뉴판의 사진을 찍을 사람까지 다수의 협업이 필요했습니다. ‘우리가 직접 먹을 우리 것’을 만드는 과정이기에 더 어려웠죠.
오픈 첫 해에는 조수용 대표부터 막내 직원까지 모두가 돌아가면서 매주 토요일마다 직접 고객을 응대하고, 매출 일부를 그날 일한 직원에게 지급했는데요. 덕분에 식업장에서 직접 일하는 직원은 물론, 디자이너나 매거진 에디터까지 손님을 응대하고 업장을 운영하는 과정에 참여하며 외식업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논현점은 편안하게 식사하거나 맥주 한 잔 마시기 좋은 장소였습니다. 직원은 물론 주변의 직장인이나 동네 주민이 찾아오기 시작했고, 그 손님이 다른 손님을 데리고 오며 꾸준히 단골도 늘었죠. 여러 단골을 만났지만, 미국인 ‘매튜’가 유독 기억에 남습니다. 비즈니스 차 한국에 방문해 논현동에서 일하면서, 일호식을 자주 찾는 고객이었습니다. 한국에서 먹은 음식 중에 일호식 김치찜이 가장 맛있다며 ‘이런 메뉴를 이렇게 싸게 팔다니, 너희 손해 보는 거야’라고 말할 만큼 좋아했죠. 메뉴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김치찜이 빠져서 못 먹게 되자 아쉬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후 일호식이 한남점으로 이전하면서 매튜를 못 보게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으로 돌아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는데요. 언젠가 기회가 닿는다면 한남점에도 한번 들러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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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오에이치의 첫 번째 논현동 사무실 근처에 위치한
일호식 논현점은 직원들이 하나하나 협업하며,
‘우리가 직접 먹을 우리 것’이라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일호식 한남점은 논현점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한데요.

한남점도 논현점과 마찬가지로 대로변에 위치한 공간은 아닙니다. 매일 먹는 좋은 식사라는 컨셉, 메뉴도 그대로죠. 가장 큰 차이점은 공간입니다. 일호식 논현점이 편안하고 소박한 분위기였다면, 한남점은 중요한 손님을 모실 수도 있는 더 세련된 공간이라는 점이 다릅니다. 또한 시그니처 메뉴인 소고기 덮밥이나 명란 계란말이 같은 메뉴는 유지하면서 더 풍성하게 메뉴를 구성했습니다. 그간 운영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시즌별 신메뉴도 더 적극적으로 선보이고 있고요.
논현점 주변에는 오피스가 많아 직장인 고객이 많았는데, 한남점은 특정 고객층을 규정짓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고객이 찾습니다. 평일 낮에는 주변 오피스나 대사관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이, 저녁에는 직장인 외에 데이트하는 고객도 자주 방문하는 편입니다. 최근에 찾아주신 고객은 ‘소개팅하면 주로 파스타 같은 양식을 먹어서 지겨웠는데, 일호식은 한식을 팔지만 소개팅하기에도 어색하지 않은 공간’이라는 말씀을 주시더군요. 주말에는 아이들을 동반하는 가족 고객도 많고, 연령대가 높은 부부나 친구끼리도 자주 방문합니다. 여러 명이 찾아올 때도 그렇지만, 혼자 밥을 먹어도 부담이 없고 편안하다는 이야기도 자주 듣습니다. 오픈 키친을 바라보는 바 테이블에서 혼자 식사하거나, 맥주 한 잔에 가벼운 안주를 곁들이는 고객도 점점 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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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심야영업을 시작했는데요.

일호식은 처음 문을 열었을 때부터 음식과 술의 어울림을 고려했고, 식사 외에 안주와 주류 메뉴도 지속해서 선보였습니다. 좋은 음식을 먹다 보면 가볍게 한 잔 마시고 싶어집니다. 식사에 반주를 곁들이는 것도 좋지만, 오랫동안 좋은 사람과 대화를 나누면서 느긋하게 마시고 싶을 때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새벽 2시까지 영업시간을 늦추기로 했습니다. 사케나 소주와 잘 어울리는 모둠회와 과일 치즈를 곁들인 해물 모둠, 맥주와 함께 먹기 좋은 고기를 입혀 튀긴 반숙 계란, 일본식 통삼겹살찜과 들깨 탄탄나베 등 건강하면서도 술과 잘 어울리는 메뉴로 준비했죠. 저녁 시간에 술을 마시는 고객이 더욱 편안할 수 있게 가게 전체의 조도도 조금 낮추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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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일호식은 어떤 모습이 될까요?

일호식에는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부터 연세가 많은 노부부까지 다양한 고객이 방문합니다. 찾아주시는 분의 국적도 다양한데, 근처에 대사관이 많기도 하지만 일호식이 가진 느낌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가정식을 편안하면서도 세련된 공간에서 먹을 수 있도록 재해석한 것이 해외 시장에서도 유효하다고 봅니다. 건강하고 세련된 가정식은 한국인뿐 아니라 외국인에게도 매력적이기에, 이 장점을 살려 해외애도 진출할 생각입니다.
현재 판매하고 있는 일호식 도시락의 판매처를 확장하려는 계획도 있습니다. 비록 공간이나 시간의 제약이 있어 도시락을 먹더라도, 건강하고 담백한 한 끼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분명 늘어날 것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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