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NDS(2018)
JOH & Company
www.project-sounds.com

SOUNDS Urban Resort 

2018.06.08 | JOH & Company

도시의 삶은 때때로 삭막하게 느껴진다. 고층 빌딩은 날이 갈수록 점점 더 높아지고, 자동차가 사람보다 우선이 되어 걷기 좋은 골목들은 하나씩 사라지고 있다. 아파트 단지, 오피스 빌딩, 쇼핑몰은 분리되어 개발되다 보니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이 어우러지는 공간은 찾아보기 힘들다. 정이 들었던 작은 가게들이 하나 둘씩 프랜차이즈로 바뀌는 것도 안타깝게 여겨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도시를 훌쩍 떠나는 것이 모두에게 가능한 일은 아니다. 도시는 많은 이들의 삶의 터전이며, 이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것들을 포기하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균형 잡힌 브랜드를 소개하고 ‘의식주정衣食住情’에 집중해온 제이오에이치에서, 도심 안에서 가능한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들을 모색한다. 도시의 삶에 꼭 필요한 본질에 귀 기울이고, 시간이 지나도 변함 없을 가치들을 고민하며 새로운 도심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 도심 복합공간 ‘사운즈 SOUNDS’가 3년여간의 준비를 거쳐 2018년 4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첫 선을 보였다.

사운즈는 레지던스, 오피스, F&B, 리테일이 결합된 복합공간으로, 제이오에이치에서 브랜딩과 건축, 컨텐츠 구성 등의 전체 계획을 세우고 실제 운영까지 하는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다. 그 첫 번째 지점인 ‘사운즈 한남’은 이태원과 해방촌 등의 핫플레이스와 인접하면서도 여전히 작은 골목길의 정취가 남아 있는 한남동에 위치한다. 약 600평 규모의 대지에 다섯개의 건물로 이루어지며, 그 안에는 14세대의 레지던스와 1개의 오피스 그리고 15여개의 상점들이 어우러져 작은 마을 같은 분위기를 담고 있다. 일호식, 세컨드키친과 매거진B 등 제이오에이치에서 그동안 운영해온 브랜드들과, 서점과 카페 등 새로운 브랜드들도 함께 선보인다.

사운즈는 한남동의 제일기획 건물과 순천향대학병원의 사이에 위치한다. 여러 블럭으로 이루어진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마을 같은 공간이 펼쳐진다.

제이오에이치에서 복합 공간을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제이오에이치는 2010년에 회사를 시작해서 약 8년간 매거진, 외식, 호텔, 오피스, 리테일 분야의 다양한 크리에이티브 업무를 전개해 왔습니다. 매거진B를 발행하며 브랜드의 컨텐츠가 어떤 방식으로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영감을 주는지 탐구하고, 일호식과 세컨드키친, 트라이바와 같은 외식 브랜드를 만들고 운영하면서 이 시대에서 먹고 마시는 경험에 대해 고민해 왔습니다. 또한 글래드와 네스트 호텔을 세우면서 도시에서의 쉼 그리고 도시를 벗어나서의 쉼에 대해 연구하고, 광화문의 D타워와 한남동의 리플레이스와 같은 오피스·상업 공간을 개발하면서 도심에서 장사가 잘 되고 사람들이 찾게되는 가게들은 어떤 모습인지도 고민했습니다. 사운즈는 이 모든 것이 함께 개발되어 시너지가 일어날 수 있도록 그간 제이오에이치가 해온 다양한 장르의 일을 하나로 아우르는 집결판과 같은 프로젝트입니다.

2015년 9월부터 공사를 시작한 사운즈는, 약 3년간의 공사 기간을 거쳐 올해 4월 완성되었다.

공간을 구상하는 과정은 어떠했나요?

이 시대에 도시 생활을 하면서 아쉬웠던 부분, 바뀌었으면 하는 부분에 대해서 아주 구체적인 대화를 많이 나눴습니다. 가령, 요새는 넓기만 한 집보다 작더라도 기능적이고 아름다운 집을 선호하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카페 같은 곳에서 일하고 싶어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를 보고 술 마시는 것 외에는 재미있게 즐길 만한 컨텐츠는 없을까? 자주 찾게 되고, 한 번 가서 오랜 시간 머무르게 되는 상점들에는 어떤 특별한 점이 있을까? 이런 질문들을 던지면서 더 나은 삶에 대해 고민하고, 공간 안에서 실현시킬 수 있는 것들을 건축과 컨텐츠로 하나씩 연결해 나갔습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부분도 많았지만, 기획의 초기부터 세운 사운즈의 기본 철학은 반드시 지켜나가려고 했어요.

사운즈의 기본 철학은 어떤 것들인가요?

사운즈의 핵심 가치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네 가지 기본 철학을 세웠습니다.

첫째는 ‘Multi-Layerd 다양성과 복합성’입니다. 아파트나 오피스 빌딩처럼 한 가지 기능으로 이루어진 건물은 경제적이고 효율적일 수 있지만, 지나치게 획일적이거나 여러 라이프스타일을 포괄하지 못합니다. 사운즈는 집과 일터, 상점들이 함께 있어서 다양한 삶이 공존하고, 건축과 디자인 또한 여러 형태들이 자연스럽게 변주하는 모습이었으면 합니다.

두번째는 ‘Power of Small 작은 것의 위대함’입니다. 이제 대규모, 대량을 내세우는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합니다. 사람 크기에 맞는 휴먼 스케일의 공간이 사람에게 더 편안한 느낌을 주며, 소규모 상점들에서만 할 수 있는 특별한 지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번째는 ‘Daily Inspiration 영감받는 삶’이에요. 긴장과 스트레스가 높은 도시 생활에서 쉽게 지치지 않기 위해서는 문화, 디자인, 교육 등의 영감과 자극이 항상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내에는 쇼핑몰과 음식점, 카페는 많지만 영감을 주는 공간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봅니다.

마지막은 ‘Urban Greenery 식물과 그늘’입니다. 서울은 특히 녹지가 부족한 도시입니다. 자동차와 매연, 소음이 조금이라도 차단된 공간에서 나무와 꽃을 바라볼 수 있는 그늘과 벤치만 있어도 편안한 마음과 여유를 갖게 해줄 것입니다. 공간의 규모가 크든 작든 일정 부분은 식물과 그늘로 채우려고 합니다.

‘SOUNDS’라는 공간 이름이 흥미롭습니다. 무슨 뜻이 담겨 있나요?

소리, 음향의 뜻을 가진 SOUND라는 단어에 S를 붙여서 ‘여러 목소리가 공존하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싶었습니다. 또한 SOUND라는 단어에는 ‘건강한, 온전한, 깊고 평화로운’의 의미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곳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건강한 생활을 하고, 자기만의 온전한 시간을 갖고, 음악과 책을 깊이 있게 즐기길 바라는 마음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이름입니다. 알파벳 S형태의 로고는 입체적인 레이어를 그린 것입니다. 하나의 층에서 3차원의 공간이 되고, 공간들이 겹쳐지면서 단지가 형성되는 모습을 디자인했습니다.

SOUNDS의 이름에는 ‘여러 목소리가 공존하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S자 모양의 로고는 공간들이 겹쳐진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Urban Resort’는 어떤 의미인가요?

사운즈에 ‘리조트’라는 콘셉트를 붙인 것은 도심 생활 안에서 꿈꿀 수 있는 쉼과 행복에 대하여 고민한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삶 속의 보상 같은 시간, 기분 좋은 휴식, 행복감이 꼭 한적한 바닷가의 리조트까지 가야만 성립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희는 도심에서 우리가 생활 안에서 가깝게 누릴 수 있는 행복감에 대해 고민했고, 사운즈는 그에 대한 제이오에이치의 제안입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영감을 주는 책을 읽고, 좋아하는 가게를 둘러보고, 한적한 거리를 산책하는 등 사운즈에는 도심에서 휴식을 다양한 성격의 요소가 총집합해 있습니다. ‘무위’가 휴식의 답일 거라 생각하지만, 오히려 새로운 사람들과 계속 조우하면서 관심 있는 종류의 자극이 계속 발생할 때의 시간이 ‘진짜 휴식’이 된다고 생각해요. 내가 좋아하는 걸로 채워진 작은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충분한 쉼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비용은 훨씬 덜 들고, 선택하기 쉽기 때문에 휴식을 유예하지 않아도 되죠. 그렇게 도시 생활에서 행복감을 주는 것을 한데 모은 것이 어반 리조트의 개념입니다.

골목을 산책하고, 커피와 음식을 먹고, 전시를 보는 등 사운즈 안에는 다양한 성격의 휴식이 집합해 있다.

독특한 형태의 건물이 인상적인데요. 건물을 설계할 때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작은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의 분위기를 담고 싶었습니다. 하나의 거대한 건물을 세우기보다 건물을 다섯 동으로 나누고, 각도를 비틀어 세우고, 높낮이도 다르게 해서 전체적으로 불규칙한 공간을 구성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광장, 골목길, 터널 같은 의외의 장소들이 곳곳에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구석구석을 탐험하면서 걸어다니는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바랐죠. 가장 오래되면서도 친근한 건축 소재인 벽돌을 주재료로 사용한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창문의 모양과 위치도 조금씩 달라서 건물의 안팎으로 마주하는 풍경이 굉장히 다채롭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기피하는 공간은 줄이고자 했습니다. 어둡고 습해서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지하층은 1층 중정과 계단으로 연결해 빛과 공기가 잘 통하는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2층도 마찬가지로 중정과 곧바로 이어져 드나들기 쉬우며, 발코니가 있어서 전망이 좋은 공간입니다. 건물의 외관도 앞 뒤의 차별을 두지 않으려고 했어요. 보통 건물의 앞면에 더 신경을 쓰게 되고, 뒷면에는 환풍기가 달려있거나 쓰레기를 모아두는 등 정리가 되지 않은 모습을 그대로 두기 마련인데, 어느 방면에서 봐도 건물의 앞처럼 보이도록 외관을 디자인했습니다. 같은 건물이어도 지하나 지상, 입구와의 거리에 따라 자리의 등급이 정해지잖아요. 그렇게 유리하고 불리한 장소 없이, 사운즈에 입주하는 모두가 만족스럽게 공간을 사용하기 원했습니다.

사운즈는 전체를 한 번에 예측하기 어려운 복잡한 구조의 건물이다. 여러 건물들이 불규칙하게 구성되어 사람들이 구석 구석을 탐험하는 재미가 있도록 설계되었다.

사운즈에는 어떤 컨텐츠들로 채워지나요?

레지던스, 오피스 그리고 상점들이 적재적소에 자리합니다. 동쪽 건물은 레지던스 열네 세대가 입주하고, 서쪽 건물은 오피스 공간으로 제이오에이치의 헤드오피스가 입주합니다. 그리고 중앙 건물과 지하 일층부터 이층까지는 상업 공간입니다. 단지의 한가운데에는 중형 서점이 입점하는데, 이는 영감과 자극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운즈의 기본 철학을 반영한 것입니다. 이곳에서 문화의 중심을 잡아주길 바라는 것이죠. 일층과 이층은 리테일 숍과 카페, 식당이 입점합니다. 상업 공간은 레지던스 주민들, 오피스 직원들 뿐만 아니라 지역의 주민들과 방문객들까지 이용하게 될 장소이기 때문에 상점 구성에 특히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상점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고려한 부분이 있나요?

도시 생활에서 중요하다고 여기는 세 가지인 ‘문화, 음식,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입점시키고자 했습니다. 일상에 영감을 더하는 문화 공간과 카페, 밥집처럼 일상적으로 자주 가는 상점들, 특별한 날 찾게 되는 상점들을 균형감 있게 구성했어요. 이러한 기준 안에서 개성과 실력을 갖춘 상점들을 선정하고, 기획 단계부터 미리 연락을 취해서 입점을 조율해 나갔습니다. 동시에 제이오에이치에서 운영하는 상점들의 역할에 대해서도 고민했고요. 꼭 필요한 상점들로 단지를 조화롭게 꾸려나가는 것이 공간의 프로듀서로서 중요한 역할이었습니다. 매장 공간은 가게 주인의 일터라는 측면도 고려해 만들어졌습니다. 사방이 막힌 공간이나, 고립된 매장이 없는 이유입니다. 총 13개의 상점들은 전체 단지 내 적재적소에 자리하고 있어요.

어떤 상점들을 만나볼 수 있나요?

사운즈 한남에는 책과 음악, 미술을 즐길 수 있는 문화 공간들을 비중있게 구성했습니다. 아름다운 계단이 돋보이는 통유리 건물에는 4층 규모의 서점이 입점합니다. ‘스틸북스 Still Books’라는 이름의 서점은, ‘관점 있는 중형 서점’을 모토로, 세심하게 고른 북컬렉션과 생활용품 및 오브제들을 풍성하게 제안합니다. 매거진B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과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컬처 프로그램도 서점 내에서 정기적으로 열릴 예정입니다. 같은 건물의 최상층에는 하이엔드 오디오 유통 브랜드 ‘오드 Ode’에서 운영하는 뮤직 라운지 ‘오르페오 Orfeo’가 자리합니다. 고품질의 사운드로 뮤지컬과 콘서트, 오페라 등의 라이브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또한 ‘가나아트 GanaArt’가 평창동에 이어 한남동에 새로운 갤러리를 오픈합니다. 가나아트에서 엄선한 미술 작품들을 도심과 더욱 가까워진 곳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미술품부터 빈티지 워치까지 다양한 품목을 거래하는 세계적인 경매사, ‘필립스 경매 Phillips Auctioneer’도 국내에서 처음으로 경매 전문 공간을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사운즈 안에는 제이오에이치에서 운영하는 F&B 브랜드들이 모여 있다. 가정식 식당 ‘일호식’, 다이닝 레스토랑 ‘세컨드키친’, 베이커리&델리 카페 ‘콰르텟’을 한 공간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음식 카테고리는 제이오에이치의 외식 브랜드들이 담당하게 됩니다. 한남동에서 한 차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았던 한식 기반의 가정식 식당 ‘일호식 Ilhochic’과 다이닝 레스토랑 ‘세컨드키친 Second Kitchen’이 새로운 모습으로 개편되어 사운즈 한남에 리뉴얼 오픈합니다. 일호식은 현미밥과 저염식 국과 반찬으로 구성된 식사뿐만 아니라, 술 한잔 곁들이기도 좋은 곳으로 개편되고, 브런치 메뉴가 중심을 이루던 세컨드키친은 유러피안 스타일의 신메뉴들을 선보입니다. 그리고 제이오에이치에서 준비한 네 번째 외식 브랜드인 ‘콰르텟 Quartet’이 새롭게 오픈합니다. 직접 로스팅한 커피와 전문 베이커가 만든 빵과 샌드위치, 수프 등이 있는 델리&베이커리 카페로, 바쁜 일상에서 간편하고 맛있게 한 끼를 즐길 수 있는 카페입니다.

아이웨어숍, 꽃집, 갤러리 등 독자적인 개성을 갖춘 상점들이 사운즈의 골목 골목에 입점해 있다.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에는 아이웨어숍, 꽃집, 마트 등 일상 생활에 활력과 작은 기쁨을 주는 상점들로 구성됩니다. 건강한 삶과 피부의 균형을 추구하는 인텔리전트 스킨케어 브랜드 ‘이솝 Aesop’이 사운즈 한남과 어우러진 또 다른 모습의 스토어를 선보이며, 재미와 멋을 더해줄 아이웨어 부티크 ‘오르오르 Oror’, 뉴욕 스타일의 플라워숍 ‘브루니아 Brunia Flower’ 등 작지만 독자적인 개성이 있는 상점들도 만날 수 있습니다. 일상에서 늘 필요한 편의 시설로는 ‘이마트24’가 입점합니다.

레지던스는 10-20평대의 중소형 주거 공간으로, 안락함과 로맨틱함이 공존하는 호텔같은 집이다.

레지던스는 어떤 공간인가요?

‘SOUNDS Suite’라는 이름의 사운즈 레지던스는 도심에서의 퀄리티 있는 삶을 위한 1-2인 주거 공간입니다. 이 시대의 사람들은 무조건 큰 집보다 작더라도 꼭 필요한 나만의 공간에서 살고 싶어 합니다. 사운즈 스위트는 혼자 또는 둘이 사용하기에 충분한 크기의 집을 만족스럽게 제공하고, 그 외의 필요한 것들은 사운즈 내 상점들에서 충족시킬 수 있도록 고안된 집입니다. 집 앞의 식당이 다이닝룸이 되고, 카페가 라운지가 되며, 서점이 서재가 되는 셈이죠. 10-20평대의 중소형 주거 공간은 안락함과 로맨틱함이 공존하는 호텔같은 집으로 만들었습니다.

‘호텔 같은 집’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신다면요.

제이오에이치에서 몇 년 전 네스트, 글래드라는 호텔을 만든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저희는 ‘내 집 같은 호텔’을 고민했었는데 반대로 지금은 ‘호텔 같은 집’을 고민합니다. 아이러니하게 들릴 수 있지만 사실 맥락은 같습니다. 저희는 일상적인 요소와 비일상적 요소가 균형감 있게 공존할 때 더욱 매력적인 공간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이유에서 사운즈 스위트에도 집의 안락함은 갖추되, 호텔의 로맨틱한 요소를 군데군데 불어넣고자 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화장실입니다. 호텔에서 볼 법한 고급스러운 수전과 수도꼭지, 촉감 좋은 마감재, 부드러운 조명으로 근사한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사실 그동안 집에서 화장실은 그 중요성에 비해 다소 홀대받아 온 측면이 있습니다. ‘호텔 같은 화장실’을 갖는다는 것은 나의 하루를 좀 더 기분 좋게 시작해서 기분 좋게 마무리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주소형 주거에서 홀대 받아 온 화장실을 고급스럽게 조성했다. 호텔에서 볼법한 수전과, 촉감 좋은 마감재, 부드러운 조명으로 근사한 분위기를 갖췄다.

호텔이 좋아보이는 또 다른 이유는 짐이 별로 없고, 공간이 잘 정돈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1-2인 가구가 많이 살고 있는 원룸은 가구와 물건들을 한 공간에 집어넣다 보니 집 안을 깨끗하게 유지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죠. 이렇게 작은 공간일 수록 효율적인 쓰임새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운즈 스위트에는 공간에 최적화된 가구가 빌트인으로 세팅되어 있습니다. 침대와 간이 책상, 조명이 합체된 하나의 가구가 여러 기능을 충족시켜 주기 때문에 작은 공간도 더 넓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집안 곳곳에는 악세서리, 주방 도구, 청소기 등 기본적인 생활용품에 맞춰 제작 된 수납장이 마련되어 짐을 정리하기에도 좋습니다.

주거 공간은 빌트인 가구, 효율적인 영역 분리로 짜임새 있게 구성했다. 덕분에 작은 평수의 공간도 훨씬 넉넉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모든 세대에는 일부 공간을 할애해 작은 테라스를 마련했다.

그리고 모든 세대에 테라스를 마련해 두었습니다. 공간이 부족한 경우에는 모서리 쪽을 할애해서라도 반드시 테라스를 만들고자 했어요. 외부의 빛과 공기를 더욱 가깝게 느낄 수 있는 테라스는 주거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소 답답하게 느껴지는 아파트의 천장에 비해 1.5배나 높은 층고는 집을 훨씬 여유로워 보이게 해 줄겁니다. 서비스도 호텔처럼 제공합니다. 대표적으로 쓰레기 수거 서비스를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날마다 쌓이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건 번거로운 집안일 중 하나인데요. 이런 불편을 줄이고자 안과 밖에서 개폐가 가능한 쓰레기 수거함을 설치했습니다. 집 안에서 쓰레기를 수거함에 넣어 두면, 밖에서 정기적으로 수거해 가는 시스템이에요. 주방에는 음식물 쓰레기를 바로 처리할 수 있는 디스포저가 설치되어 있어서 들고 내려가는 수고를 덜어줍니다. 그 밖에도 홈 클리닝 서비스, 세탁 서비스, 식사 룸 서비스 등을 기본으로 제공합니다.

오피스에는 사운즈를 기획, 설계, 운영을 맡은 제이오에이치 HQ가 입주했다.

오피스에는 제이오에이치가 입주한다고 들었습니다.

네, 다른 회사에 임대를 주는 것도 고려했지만 이 전체 공간을 계획하고 운영하는 사람들이 직접 지내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판단했습니다. 실제로 저희도 사운즈에서 생활하는 것이 굉장히 설렙니다. 하나 하나 고민하고 계획한 내용들이 현실로 구현된 공간이니까요. 가장 기대가 되는 건 단지 환경입니다. 일을 하다가 서점에 가서 책을 뒤적일 수 있고, 단골 카페와 식당이 이웃해있고, 산책할 수 있는 골목들이 단지 안에 있어서 마을 안에서 지내는 기분이 들 것 같습니다. 사운즈 내에 사무실이 있으면 저희가 운영하는 상점들을 관리하고 대응하기에도 용이할 거고요.

제이오에이치의 사무 공간은 어떨지 궁금합니다.

저희는 브랜딩, 건축, 미디어, 외식사업 등 다양한 분야의 직원들이 일하는 만큼, 각 부서별로 일하는 방식도 많이 다릅니다. 이번에 이사를 가게 되면서 각각의 업무적인 특성을 공간에 많이 반영하려고 했습니다. 건축팀에는 건축 소재 아카이브 월을 만들고, 미디어팀 옆에 포토 부스를 마련하고, 디자인팀에는 목업용 작업대를 마련하고, 보안에 각별히 신경 써야하는 부서는 칸막이로 독립적인 자리를 제공하는 방식으로요.
반드시 구획하고 싶었던 공간은 카페 라운지입니다. 커피와 스낵이 있는 카페는 업무에 집중하는 공간과는 사뭇 공기가 다른 곳입니다. 집중했던 머리를 잠시 쉬게 해주고, 갇혀 있는 생각을 전환하고, 대화를 나누듯이 캐주얼한 회의를 진행하는 등 긴장되어 있던 마음을 훨씬 느긋하게 해주죠. 이런 공간이 일종의 완충 지대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직장을 다녀도 의외로 직원들간에 교류할 기회가 드물기 때문에, 전 직원이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눌 수 있는 공동의 장소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곳곳에는 업무 공간에서 곧바로 야외로 나갈 수 있는 테라스가 많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멀리 나가지 않고도 일하는 중간 중간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도록 건축적으로 의도한 부분입니다.

카페 라운지, 테라스, 옥상 휴게실 등의 휴식 공간을 업무 공간만큼 중요하게 구성했다.

단지 환경에 신경 쓴 부분도 있나요?

도시에 살다보면 자연을 마주할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사운즈 안에 머무는 모든 이가 잠시나마 나무와 꽃을 바라보며 편안한 마음과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조경 디자인에도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중앙 광장에는 작은 정원을 만들고, 골목을 따라서는 덩굴 식물을 심고, 건물의 둘레에도 식물들을 심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식물로 더 무성한 모습이 되기를 기대하며, 도시의 삭막한 풍경에 생동감을 불어넣어 주길 바랍니다. 건물 전체의 사이니지에도 특별히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건물이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이곳이 미로처럼 복잡하게 여겨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죠. 그렇지만 골목 골목을 탐험하는 듯한 느낌은 잃지 않았으면 했어요. 그래서 일일이 방향을 알려주는 안내 사인을 두기보다, 전체 공간을 조망할 수 있는 지도를 두었습니다. 모든 상점들이 한 장으로 정리 된 지도인데, 마치 보물 지도를 읽는 것처럼 장소를 찾아가는 재미가 더해지기를 바랍니다. 그 외에도 쓰레기통이나 화장실 사인, 소화전 등 공공 시설물에 붙이는 사인들의 디자인도 일관성 있게 정돈했습니다. 이런 디테일한 부분에서 공간의 인상이 좌우된다고 생각합니다.

레지던스, 오피스, 리테일 그리고 단지까지. 이 모든 것이 함께 있어서 좋은 점은 무엇일까요?

오피스 밀집 지역은 저녁 시간에 텅 비고, 주거 밀집 지역은 오후 시간이 텅 비곤 합니다. 레지던스, 오피스, 리테일이 함께 있으면 이런 공동화 현상을 피할 수 있다고 봅니다. 사운즈에는 집에 머무는 사람, 일하는 사람, 가게를 방문하는 사람 등 다양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머물면서 늘 살아있는 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주민들과 사무실 직원 또한 주변에 좋은 상점들을 필요로 하고, 상점들 역시 주변에 단골 손님들이 있어 더욱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봅니다. 더 나아가서 사운즈에서 생활하는 모든 이들이 느슨한 연대감을 갖게 되기를 바랍니다. 단지 안에서 상점들이 모여 마켓을 열거나, 주민들이 가게의 단골 손님이 되는 등 자연스러운 관계가 형성되었으면 해요. 사운즈라는 이름의 의도대로, 여러 목소리가 조화롭게 중첩되는 공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사운즈의 곳곳에는 나무와 꽃이 심어져있다. 도시의 삭막한 풍경에 생동감을 불어넣길 바랐다.
사운즈의 낮과 밤은 저마다의 분위기가 있다.

앞으로 사운즈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사운즈 한남을 시작으로 지점을 계속해서 확장해 나갈 계획입니다. 공간은 그대로 복제되기보다, 지역과 목적에 따라서 모습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운즈 한남이 여러개의 건물이 결합된 단지의 모습이었다면, 주거와 상점들로 이루어진 단일 건물일 수도 있고, 오피스와 상점들이 따로 따로 흩어져 개발 될 수도 있는 것이죠. 사운즈의 기본적인 철학은 유지하면서 다양한 모델로 개발할 예정입니다. 그 외에도 도시를 벗어나 사운즈의 교외 버전도 구상 중입니다. 도심 안에서 살기 좋은 공간을 만드는 것만큼, 교외에 살고 싶은 공간을 만드는 것도 이 시대의 화두라고 생각합니다.

디타워 리플레이스